"제 동생이 2년간 당하고 43일째 학교 못나가요
교육청·청와대에도 편지… 달라지는 것 없었어요"
예정없던 누나의 발표에 교과부 토론회 눈물바다
"학교는 피해학생 가족 입 막기 급급, 이 자리에 나서면
퇴학시킨다던데… 오늘, 교복 입는 마지막 날일 것 같네요"
사건 조사한 교육청 장학사 "유양의 발언, 대부분 사실"
가해 학생 측 "나도 맞았어요", 유양 학교 측 "퇴학 언급 안해"
"저는 경남 김해에서 온 유서현(18·가명)입니다. 이주호 장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대로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유양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에 올랐다.
단상에 앉아 있던 이주호 장관과 진행을 맡은 방송인 서경석, 토론자들이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객석은 술렁였다.
마이크를 손에 쥔 유서현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제 동생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 폭력을 당했습니다.
폭행을 당한 4월 초부터 지금까지 43일째 (무서워서)학교를 못 가고 있습니다.
" 유양의 동생인 중학교 3학년 서민(15·가명)군은 지난달 4일 다른 반 반장에게 맞았다.
그 반장은 서민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쓰러뜨린 다음 발로 얼굴을 정면으로 밟아 코를 부러뜨리고, 배를 발로 걷어찼다. 이후 서민군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다.
유양은 "동생은 가해학생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동생을 왕따시키고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혀 왔다 고 했다"고 말했다.
유양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는 제 동생을 지키기 위해 16일 경남교육청에 편지를 썼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20일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다. 경남교육감이 학교에 문제를 해결하라며 특별 지시를 내렸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저희는 '학교 폭력은 친구의 마음에 아픔을 남기는 행위고, 방관하는 행동도 처벌받는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학교는 '문제를 길게 끄는 것이 피해·가해 학생 그리고 학교에 좋지 않다'며 명확한 처리 대신 원만한 처리만을 내세웠습니다. 동생과 저는 혼란스러움을 느꼈습니다. '학교 폭력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던 교장 선생님마저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지난달 1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25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러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거나 징계하지 않았다. 유양은 "가해 학생은 처음엔 때리기만 했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바꾸고는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도리어 내 동생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했다.
눈물을 훔친 유양은 꿋꿋이 말을 이었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따르듯 학생은 교장을 믿고 따릅니다. 하지만 교장이 제 동생에게 보여준 태도에서 우리 가족은 희망을 잃었습니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제 동생이 43일째 학교를 못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객석은 울음바다가 됐다. 5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무대에 선 유양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장관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유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양은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학생생활기록부에 적는 것은 가혹하다"는 토론자들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기록이 남겠지만, 피해 학생의 가슴 속에는…(울음) 평생 아픔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려면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유양은 "오늘이 제가 이 교복을 입는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학교 폭력 때문에 죽어가는 제 동생의 일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필통톡에 장관을 만나러 가야 한다. 학교를 하루 빠지게 해달라"고 학교 담임교사에게 말했더니 "행동에 옮기면 퇴학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유와 목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무단결석이라고 했지만 저는 학교를 뛰쳐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인정결석을 위한 서류가 미비하고 학부모 확인이 되지 않으면 무단결석 처리가 된다고만 했지 퇴학될 것이라라고 하진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인정결석 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유양은 이 말을 남기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학교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과 직장에 다니는 학생만 자랑스러워 하는 걸까요. 장관님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세요. 죽어가는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학부모는 달려가 유양을 힘껏 껴안았다. 이 장관은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확실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폭력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 없어질 때까지 책임지고 뿌리를 뽑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폭력 사건을 조사한 경남교육청 강신영 장학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유양이 말한 내용도 대부분 맞다"고 했다. 다만 가해 학생 측은 "나도 맞았다, 유군이 먼저 정강이를 차길래 아프고 화가 나서 때렸다"고 밝혀 양측이 고소한 상태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들은 크면서 싸우는 법이며 둘이 서로 치고받으면서 생긴 일이다. 아이들이 인격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또 "그쪽 가족이 민감해서 일이 커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날 필통톡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뛰는 교사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폭력 담당 송형호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학교 폭력 근절 대책 발표 100여일 후의 현장 분위기와 개선 방안을 토론했다. 송 교사는 "학교 폭력이 이슈화되긴 했지만 오늘 유서현 학생이 말한 것처럼 현장에서의 개선 의지는 여전히 부족할 뿐 아니라 관련 정책들에 대한 홍보가 미진한 게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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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 학교폭력 눈물의 탄원
高3 졸업사진 찍고 작년 9월 자퇴
친구도 학교도 내 말을 안 믿어
친구들 "왜 교복입고 그랬어? 너땜에 학교 명예 떨어졌잖아"
폭력엔 無관용이라던 학교는 외부에 알려진 것을 더 신경써, 되레 가해자와 합의하길 권해
"왕따학생들 얼마나 괴로울까… 이젠 그들의 대변자 되고 싶어"
작년 5월까지 유서현(가명·19)양은 경남 김해에 사는 평범한 고3이었다. 장차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작년 5월 16일 모든 것이 변했다.
이날 유양은 담임교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모와 함께 교복 차림으로 서울에 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필통톡' 학교 폭력 토론회에 참석해 맨 앞줄에 앉았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유양은 "장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손을 들었다.
교과부 관계자도, 부모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유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3 동생이 왕따와 폭력에 시달리다 43일째 학교에 못 가고 있다"면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눈물을 닦았다.
9개월이 흐른 지금 장관을 울린 남매는 어떻게 됐을까?
유양 동생은 작년 6월 말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과부는 토론회 직후
조사관을 급파해 동생이 다니는 중학교 교장을 교체하고, 템플 스테이 등 왕따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누나인 유양은 작년 9월 자퇴했다. 졸업사진까지 찍은 시점이었다.
학교에서 '하지 말라'고 말린 행동을 동생을 위해 감행했지만
유양 혼자 감당하기엔 험난한 세상이었다.
특히 유양이 토론회 때 "장관님 만나러 가겠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마음은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면 퇴학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이 보도된 뒤 학교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제 동생이 폭력을 당했다는 본질적인 문제보다 오로지 (저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어요.
제 생각엔 학교 폭력 피해 학생과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학교의 일인데 그보다 본인들이 편안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유양은 "친구들조차 (퇴학 발언과 관련해) 제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그들과 같은 공간(학교)에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몇몇 친구들은 저를 불러내 '왜 하필 교복을 입고 가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느냐'고 했어요.
친구들과 멀어지고 (학교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어요." 유양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졸업을 반년 앞두고 자퇴를 선택했다.
학교 폭력을 세상에 알리려 했던 학생이 이 일을 계기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4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둔 것이다.
유양 동생은 또래보다 키가 작아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작년 4월엔 동급생에게 맞아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유양의 가족은 작년 초 동생 학교에서 '학교 폭력은 무관용이고, 방관자도 처벌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희망을 가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학교는 명확한 처리보다 원만한 합의를 권했다.
가해 학생은 "일방적으로 때린 게 아니라 나도 맞았다"면서 동생을 고발했다.
유양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토론회에 나갔다"고 했다.
자퇴할 때까지 넉 달간 유양은 집에 머물며 여러 번 앓았다.
"학교 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 기사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대구 중학생이 자살하기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흐느끼는 사진을 봤어요.
세상엔 혼자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많을 거예요."
동생 일을 겪으면서 유양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유양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는 8월 검정고시를 치르고 이후 수능을 볼 생각이다.
"동생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아직 '절친'은 없는 것 같지만
집에 와서 학교에서 친구와 탁구 친 이야기도 하고, 웃겼던 일도 이야기해요.
동생이 '나 때문에 자퇴했다'고 미안해하길래 '니 때메 관둔 거 아이다. 미안해하지 마라' 했어요."
유양이 자퇴한 학교 교감은 "기사 때문에 학교가 정말 골치 아팠다"면서 "어찌 됐건
학교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받아주려 했는데, 학생이 너무 힘들어하다가 자퇴했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 왕따동생 호소했던 누나, 4개월만에 학교 떠나
스샷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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