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넘게 비좁은 여행용 가방 2개에 갇힌 9살짜리 아이는 감금 당일 아침에 짜장 라면만
조금 먹고 내내 굶다 질식해 숨졌다.
아이에게서 '엄마'라고 불리던 친부의 동거녀는 자신의 죄책을 줄여보려다 항소심에서
되레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상습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모(41)씨는 지난해 6월 1일
정오께 충남 천안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동거남의 아들 A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지퍼를 잠갔다. '훈육한다'는 이유에서다.
A군을 가방에 가둔 채 지인과의 점심을 위해 외출을 준비한 성씨는 집에 있던 자신의
친자녀 2명에게 "(A군이) 가방에서 나오는지 잘 감시하라"는 취지로 크게 말했다.
가방 안에서 이 지시를 들은 A군은 당시 아침으로 짜장라면만 조금 먹은 상태였다.
식사를 마치고 되돌아온 성씨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고 잔뜩 지친 A군에게
다시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안에 들어가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허벅지를 가슴에 붙은
자세를 취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그 가방이다.
"부디 속박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감금됐다가 숨진 아이가 살던
아파트 상가에 만들어진 추모공간. 이 추모공간은 한 상인이 만든 것이다. 2020. 6. 5 jung@yna.co.kr
그 위에서 성씨는 자신의 친자녀와 함께 뛰었다. 23㎏ 몸무게의 A군이 버티기 힘든 160㎏ 정도의 무게였다.
숨을 쉬기 위해서인지 A군이 손으로 실밥을 뜯어낸 가방 틈은 테이프로 붙였고,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까지 불어 넣었다.
약 7시간 동안 물조차 마시지 못한 채 정신을 잃기 전 A군은 울며 "아, 숨!"이라고 외쳤다.
1심에서 징역 22년을 받은 성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자신의 죄책을 한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성씨 측은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친자녀들을 가방에 오르게 하는 등 범행에 가담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아동학대치사죄라 하더라도 중범죄"라고 전제한 뒤 "아동학대치사라면 친자녀를 가담할 수 있게 한다는 식의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설령 친자녀들의 범행 고의를 따져볼 정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고인 고의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자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징역 22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29일 항소심에서 25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시민으로서 사건을 검토하는 내내 괴로웠으나, 죄형법정주의 등 법 원칙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고민 또 고민하면서 (형량 등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01&aid=001217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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