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시간을 착각해 판매 중인 5900원짜리 족발을 먹었다가 재판에 넘겨진 편의점 직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강영재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 대해 지난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주말 오후 3시~10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는 2020년 7월 5일 오후 7시 40분쯤 판매 중인 5900원짜리 족발세트를 고의로 폐기 처리한 뒤 먹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편의점 업계에서 ‘폐기’는 유통기한이 지나 팔지 못하는 도시락, 삼각김밥, 유제품, 냉장식품 등을 뜻한다.
해당 족발세트의 폐기 시점은 밤 11시 40분인데, 이보다 4시간쯤 빠르게 처리하고 먹었다는 이유로 편의점주가 A씨를 형사 고소했고, 재판으로 이어졌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A씨가 출근한 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편의점 점장은 앞서 A씨에게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난 제품은 폐기하거나 먹어도 된다”며 시간대별 폐기 상품을 알려 줬다. 도시락의 폐기 시점은 오후 7시 30분, 냉장식품은 밤 11시 30분이었다.
그런데 A씨는 밤 11시30분에 폐기돼야 할 냉장식품인 ‘반반족발세트’를 4시간 전인 저녁 7시40분쯤 꺼내먹었다.
점주 측이 내놓은 CCTV 영상에는 A씨가 ‘반반족발세트’를 저녁 7시40분쯤 계산대로 가져와 폐기 등록을 한 뒤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도시락 폐기시간인 오후 7시 30분에는 취식하지 않았다.
편의점주는 A씨가 “업무상 횡령을 했다”며 고소했다.
검찰은 A씨를 약식 기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2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검사가 공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면, 법원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족발세트가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난 폐기 대상 제품이라고 생각해 먹은 것”이라며 “횡령한다는 고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폐기 대상인 도시락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A씨가 폐기 대상인 줄 알고 먹은 ‘반반족발세트’는 고기·마늘·쌈장·채소 등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 있었다.
강 판사는 “꼭 쌀밥이 있어야만 도시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가 ‘반반족발세트’의 품목을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폐기시간대를 저녁 7시30분으로 봤을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5일 동안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15만원 어치가 넘는 상품을 자신의 돈으로 구입했다.
강 판사는 “근무일수가 5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며 “피고인이 5900원짜리 반반족발세트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고의를 단정지을 수 없게 하는 유력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2/06/17/4ABOVID7UJFPZE3TAZHCIOB5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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