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아나운서가 남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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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이야기

송지선 아나운서가 남기는 글..

by K 61417 2019. 7. 25.

2011.05.07 02:08
제가 하는 이 이야기를 믿지 않으실 분도 계실 거고, 이런 사적이고, 민망하고, 거북한 이야기를 왜 할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고 소망했던 이 일을 그만둘 각오 로, 이 글을 씁니다. 
너무 오랫동안 참았고, 그동안 없었던 일로 지 우려 애써왔습니다. 
제가 너무 예뻐하는 동생이었고, 말 많은 동네 에서 갖가지 루머에 겁 먹었던 제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줬기에, 그냥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의미해지는군요, 제 우 울증은 정도가 심해져가고 있고, 소중한 제 방송에까지 영향을 미 쳐, 더는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진위여부를 파악할 것도 없이, 그냥 에피소드로 지나가, 모두들 아 무렇지도 않게 시즌을 맞을 수 있겠죠. 
그런 모습을 몇 번 봐 왔으니 까요. 그런데 바보 같은 저는 더 버틸 수도 없는 만큼, 스스로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나 봅니다. 
그래 서라도 이 일을 관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악인 줄 알면서 도, 글을 올립니다. 
지금 저는, 누군가가 저를 멈추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감당 안 되는 지금을, 소중한 방송까지 망쳐가는 저를
여기에 있다 보면, 좋아한다는, 만나고 싶다는 고백을 하는 선수들 이 꽤 있습니다. 
태훈이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08년 가을, 그렇게 그 아이는 제게 다가왔지만, 나이차도 컸고, 운동 선수와 엮이는 게 잘못된 일'로 몰리던 당시 분위기에 덜컥 겁이 나기도해, 애써 거절했습니다. 

태훈이도 잘 넘어간 듯 싶었죠. 하지만 둘이 있게 되면 또다시 키스하려들고, 사귀자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는 제가, 그렇게 제가 좋으면 한 달 만나보겠냐고 물었더니, 그때는 '누나를 오래 보려면 남녀관계로 발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도 같았고, 어젯밤 일(키스?)을 실수로 여기는 듯 하기에, 저 역시 그냥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남녀사이로 발전하지 않는 게 오래 보는 길이다'라는 말은, 제가 그 아이를 거절하면서 숱 하게 했던 말이기도 했고요.
그러다 문제가 커졌습니다. 제 시야에 그 아이가 자꾸 들어오기 시 작한 거예요. 
2009년 겨울, 태훈이가 좋아져 버린 거죠. 

하지만 절대 운동선수는 안 된다는 마음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일 괴롭혔던 것 같아요. 
마음이 있는 게 들키긴 했는데, 막상 사귀자 하면 도망가 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2010년 1월, 마음을 굳게 먹고, 저는 고백하 러 갔습니다. 
더 이상 못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운동 선 수와의 연애, 헤어지기라도 하면 후폭풍이 클 텐데.. 많이 두려웠지 만,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된 이상, 고백이라도 하자. 이런 마음이었 어요.
밤 10시가 넘어, 그 아이가 휘트니스에서 운동을 마친 뒤, 제 차 안 에서 만났습니다. 

막상 보니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만큼 사이가 좋았었어요.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를 뽑고, 밤이 늦어 들어갈 곳도 없 기에, 제 차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고, 그 아이는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오래 보기 위해'였습 니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희망고문일지는 모르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그냥 친하게 지내자'고 했습니다. 좀,웃기죠? 걔가 그래요. 원래 나이보다도 더 어린 구석이 있다는 걸, 그땐 몰랐어요. 

지금은 잘 알지만...그동안 누나동생으로 지내왔던 시간들 역시 너무 소중했기에, 그것 마저 망칠까봐 힘들게 했던 고백, 그리고 거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차 핸들에 머리를 박고, 창피한 얼굴을 가리며 들어가라고 했죠. 여기까진 재미있죠?..

 그래요,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에요. 여기까 지는.그랬는데, 차 안에 습기가 찼으니 습기가 빠질 때가지 있겠다더군요. 제 차 시동을 옆에서 직접 켜더군요.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제 아이폰으로 게임을 하더군요. 별 말도 없이 시간이 갔습니다. 
차 안이 히터 때문에 더워지자, 이번엔 제 차 시동을 끄더군요. 
그렇게 5분만, 10분만 있다가겠다 시간을 끌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며칠 전 제가 술이 취해서 전화를 했을 때, 끊고 내일 얘기하면 뽀뽀를 해 주기로 했다 하네요. 
그 아이는 뽀뽀해달라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버티는 거 처음 아니고, 아무 일도 아닌 듯 무시해버린 일도 많았지만, 그때는, 제가 좋아하고 있었기에, 안 되더군요. 뽀뽀해줬습니다. 
그랬더니 두 번 해주기로 했다더군요. 두 번째 키스가 문제였습니 다. 
분위기가 이상해졌고, 그 아이는 제 손을 자신의 주요부위에 갖 다 댔습니다. 
깜짝 놀랐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또 거절 하면, 서로 많이 민망해서, 다신 얼굴 못 보는 거 아닐까, 겁도 났습 니다. 
어쩌나... 망설이다 그냥 흘러갔습니다. 
그러고나니, 태훈인 이번엔 제 어깨를 누르더군요. 입으로 해달란 뜻이었습니다. 

안되겠 다 싶어 진짜 이걸 원하냐고 물었습니다. 
아무 말도 않고 그냥 어깨 를 누르더군요.
네, 지금도 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저 대목이에요. 
손으로 해줬든 어쨌든, 이게 아니다 싶었음 그 아이를 다신 못 보게 되더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든가, 타일러서 보내든가 했어야 했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미련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바보같이, '이렇게 밀어내면 얘가 얼마나 민망할까... 하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바보같이.결국,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그러고서 어떻게 됐냐고요. 

연락이 없더군요. 제가 연락하면 못내 전화를 받긴 했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입에 담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저한테 미안할 짓 했다면,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 은 미안할 짓 한 적 없다며, 누나까지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냐며, 시간을 달라더군요. 
1월 17일, 전지훈련을 갈 날짜는 다가오는데, 돌 아오는 답변은, 시간을 달라... 억지로 사귀었지만 전지훈련 떠나기전, 차에서 한 번 더 자신의 볼일(?)을 처리한 것 외엔 없었습니다. 
전지훈련 떠나고 바로 헤어지자 했고, 그래도 누나 동생 관계로 돌려보고자 그렇게 애를 썼지만, 그 아인 그 일에 대해선 전혀...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1년을 보낸 건지 모르겠어요. 무슨 정신으로, 보낸건지.
똥 밟았다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잊고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 안에서의 그 일, 똥 밟았다 생각하기엔, 전 그 아이를 너무 예뻐했거든요. 

그 아이에게도, 제가 소중한 누나라고 믿었었어
다신 볼 일 없는 사람과의 일이어도 힘들었겠죠. 그렇지만 오랜 시 간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믿은 아이였고, 그 일 이후에도 계속 그 아일 봐야 하는 일이라, 일에 집중해서 잊을 수도 없었어요. 
차 안에서 그랬던 건 결국, 좋아서도 아니고, 미련도 아니고 단 하나 였어요. 욕정...
너무도 치열한 이 무한 경쟁세계에서, 그래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 고 있다고 믿었던 동생이, 제게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제게 는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지난 1년과 같은 시 간을 보내야 한다면, 저는 이 일을, 이제는 그만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덮고 싶었어요. 그 아이 보며 밝게 웃고, 아픈데도 버티는 태 훈이를 위해, 제가 멘트 하나라도 더 좋게 하고, 더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잊어주고 싶었어요. 
그 날 일을. 그런데 그 아이는, 저를 너무 아프게 하네요. 반성은커녕...
이 글이, 그 아이에게는 와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말해 주고 싶었어요. 
그런 무책임이, 다른 여자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누나로, 동생으로 많이 아끼고 예뻐했던 시간들. 을, 한순간의 욕정 앞에 다 버리는 건, 아니라고요. 
그리고 만일 그 런 일이 생겼다면, 차라리 떳떳하게 사과하고 확실하게 하라고요. 

희망고문으로, 너무 많은 걸 망가지게 했습니다.
이 글이 나가고나면, 저는 더 이상 여기 발붙일 수 없겠죠?...
방송국에 입사하기 위한 스터디 모임에서 당시 mbc espn 시험에 감기 걸린 채로 보러 가 떨어졌다며 펑펑울때, 케이블 방송사 시험 에 떨어진 것 치고는 
너무 운다는 친구의 우스갯소리에, 공중파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이 espn이라며 더 크게 울었던 게 생각나네요. 
응원팀이 계속 져서 밥도 못 먹고 울었던 기억도 나고, 스터디 멤버 들이랑 처음 야구장에 가서 너무 떨리고 재미있었던 기억도 나네 요.... 
너무도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화려한 스튜디오가 없어도, 입었던 옷 또 입고, 3시간여 중계에 5분도 안 나와도, 이 야구에, 방송에, 내가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어쩌면, 내가 진짜 중계 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꿈에 젖어, 더 큰 발전만을 기대하 고 살아왔는데.... 1년 전.. 그 일에 무너져버렸네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데, 그만둘 힘도 없어... 이렇게 하면 강제적
으로 그만둘 수 있게 될까 싶어. 이제는 너무도 원망스러운 그 아이를, 더 이상은 볼 자신이 없어. 제가 떠나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임태훈 그후 이야기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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