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공에 명절을 맞아 쓴 개인적인 잡설이 있었는데, 그걸 간단히 모아서 팁게에 올려봅니다.
(1) 말싸움에서 고려해 볼 것들
흔히들 남자는 절대 여자에게 말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라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대부분의 역경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타협점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말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나를 몇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싸우기 전에 이겨라
남이 부탁할 만한 꺼리를 많이 갖구 있으면 됩니다. 이건이 아니더라도 내가 안해주면 되는 걸 잔뜩 갖고 있는데, 상대방이 저자세가 안될 수 있을까요?
- 이길 자리로 만들어라
자신의 프레이밍으로 싸우게 만드는 겁니다. 내용적으로 논리적으로 내가 이기나 지나는 상관없습니다. 내가 만든 화제에 상대방이 공감하는 순간 이기는 겁니다. 의제설정(agenda-setting)을 내가 할 수 있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걸루 너랑 내가 말할 만하다', 고 상대방이 인정하는 순간, 내용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얼핏 상대편이 이기는 것 같아보인다고 하여도,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가 제기한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상대방이 인정하는 셈입니다.
- 남이 인정하게 만드는 게 이기는 법이다.
말싸움으로 이겼다고요? 상대방이 그 자리에선 내가 옳다고 해도 말만 많이 하면 무슨 득이 있나요? 서로 감정만 상할 따름입니다. 남이 내말에 따르는 것이 중요한 셈이죠. 그를 위해 작은 양보가 필요합니다. 남이 원하는 걸 하나주고 내가 받는 것이 열개면 내가 이기는 거죠. 말로는 져주십시오. 나중에 물질적으로 열배루 보상받으면 됩니다.
(요게 함정이죠. 남자들 말로 이기고 나중에 백으로 갚는 불상사가 생기는 건 다 요런 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안하는 게 상책이다
가장 좋은 것은 말싸움 생길 꺼리를 아예 처음부터 안 만드는 겁니다.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는 게 가장 상책이죠. 왜 싸워서 시간낭비, 감정낭비, 돈낭비 등등을 하나요?
(2) 감정과 논리, 무엇이 먼저일까요?
여자랑 남자랑 말싸움에선 심정적으로 싸울지 논리적으로 싸울지 어떻게 포지셔닝할지가 중요합니다. 남자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혹은 개인성향에 따라 감정적으로 끌어가는게 우세할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정세에 따라 유연한 태도가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제스처, 톤, 표정에 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화로, 카톡으로 하기보다는 대면접촉으로가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명심할것은 모든걸 일방이 다 가질 순 없다는 상대적인 포지셔닝을 이해하는 겁니다. 자원이든, 입장이든, 평소의 행실이건, 논리든, 상황이든 무엇하나는 나에겐 상대방에 비해 강하게 나가고, 여유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필요하죠. 필요이상으로 달아오르면, 내가 가진게 있어도, 상대방이 필요한게 뭔지 판단이 안 되니까요.
또 제3의 원군을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법은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방편입니다. 평소의 잘 아는 사람보다는 외려 안면튼지 얼마안된 분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객관성이란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싸움의 기본속성을 이해하고 적용하는게 중요하지, 3자 개입여부 자체는 중요하진 않습니다.)
기본은 이렇습니다. 감정적인 것에는 감정적으로, 논리적인 것에는 논리적인 대응이 정석이란 겁니다. 때로는 논리에 감정으로, 감정에 논리로 대처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더욱 어렵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는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조곤조곤히 따지기는 심히 힘듭니다. 상대방이 내말을 따져서 들어줄 상황이 아닌데, 통하긴커녕 듣기라도 해주길 기도해야 할 상황이흔합니다. 논리적으로 시작해도 장시간이 되면 감정적으로 변하는 판에, 이미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대방이 논리적이 되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리고 논리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의명분이나 객관적으로 드러낼만한 꺼리입니다. 감정에 호소할 만한 꺼리를 자신만의 단단한 논리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에 기대어 강변하는게 맞을런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시간을 두고 당사자들간에 여러번 이슈화된 '꺼리'였다면 논리적으로 다가가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단순한 이성적 접근보다는 내가 오랜 시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이 배경으로 깔려야 상대의 감정적 대응에도 감정적으로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명심할 것은 말싸움은 논리퍼즐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말싸움을 설득의 계기로 삼자
말싸움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상대방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입니다. 헌데 이걸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보려는 수단으로 삼아서 되로 받고 말로 주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애플은 한국을 싫어합니다"라는 명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런 말이 왜 나왔을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맞겠습니다. 하지만 이런거 저런거 다 놔두고 요점만 말해본다면 이건 감정적인 포지셔닝입니다. 한마디로 애플의 무언가가 기분나쁘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애플이 왜 좋은지, 마켓리더로서의 혁신성 따위를 논리적으로 설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우선은 잘 달래야 하고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된 듯하면, 뭐가 맘에 맺혀있는지부터 잘 풀어보는 것이 정석이겠습니다.
그럼 말해봅시다. 애플이 한국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내가 애플을 싫어하는거죠. 이런 이에게는 "아닙니다, 애플은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어필이 될 겁니다. 감정적인 명제에는 감정적으로, 진짜는 진정성있게 말하는 거죠. 그리고 나서는 나는 이런이런 이유들 때문에 애플이 한국을 사랑한다고 느끼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거죠. 겉으로는 논리성을 띄는 설득의 명제지만 실질은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은 감정적 담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런 말을 하는 이들의 기본 밑바탕에는 애플팬보이의 심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관심이 없다면, 애정이 없다면 저런 명제자체를 끄집어 낼 건덕지가 없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들이 더 무섭습니다. 사랑이 증오로 바뀔 계기를 내가 제공하지는 않았나 재삼재사 숙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상대편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보듬어안기가 기본전제입니다. 물론 논리성이 중요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기본적으로는 진심을 담아서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잘못하면 말꼬리잡기, 오래된일 괜히 들춰내기, 너두나두 다 잘못했잖어 등등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국내에 유한킴벌리사라고 펄프류로 이것저것 기저귀같은 소비재 제품 여럿 만들어 파는 회사 있습니다. 근데 이 회사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캠페인으로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란 게 있습니다. 찾아보니 1986년부터 나무심기하는 걸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근30년입니다. 펄프회사가 하는 나무심기운동, 그것도 30년이나 하는 겁니다. 내용적으로도, 지속성의 측면에서도 우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란 인상을 주기 좋습니다. 설득이란 이런 것이죠. 상대방이 나를 믿을 계기를 만들고 그걸 어필하는 겁니다.
(반면에 제가 나쁜 기업이미지광고의 대명사로 드는 것이 바로 예전 삼성그룹에서 했던, “또하나의 가족, 삼성”이란 캠페인입니다. 외양적으로는 클레이애니메이션 등 당시의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한 웰메이드 장기 캠페인이었음에도 내용이 받쳐주지 않아 결국 긍정적인 인식변화를 끌어내기에 실패한 캠페인이었다고 봅니다.)
말싸움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말싸움이전에 상대방이 나를 믿어주면 아예 첨부터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입니다. 결국 내 말을 믿어줄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일 따름입니다.
결국 말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나 당시 상황이나 또는 감정적 호소를 하는 테크닉에 있지 않습니다. 첫째는 상대방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것이고 둘째는 말싸움에 이르는 상황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하게 된다면 이기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맘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기본적으로는 커플간의 말싸움이란 상황을 전제로 깔아보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충분히 응용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기타(이 부분은 본래의 제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에 대한 제 개인적인 대처법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네가 싫다. 네가 하는 일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는 식으로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하나요?
= 저같음 정말 그 사람이 나를 인간적으로 싫어하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포지셔닝을 통해 얻을 건덕지가 뭔지부터 따져보겠네요. 보통 정말로 사람밑바닥의 본성부터 안 맞아 저런 말하는 경우보다는 직접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이해관계가 걸릴 때 저런식으로 물질적 이해관계를 감정적 포지셔닝으로 치환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서요
*여기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손자병법, 협상론, 전략론 같은 데 있는 내용들입니다. 전혀 새로울 건 없는 내용들이죠
펌)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8224765?od=T31&po=280&category=&group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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